12월이 찾아왔다. 거리 위 카페와 상점은 트리와 주황색 전구로 따뜻함을 더하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온다. 크리스마스와 연말은 늘 알 수 없는 설렘을 가져다준다. 그럼에도 12월이 왔다는 것을 알고 난 후, 가슴 한편이 헛헛해지는 것은 대체 왜일까. 1년 ,열두 달이 어떻게 흘러간지도 모르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. 새해에 했던 다짐들은 기억조차 나지 않고, 과연 한 해 동안 내 몫을 해냈는지 의심이 밀려온다. 미뤄뒀던 일들이 스멀스멀 떠오르고, 후회되는 순간들이 주마등이 스치듯 스쳐 지나간다. 아, 이렇게 나의 한 해가 또 가는구나.
참으로 이상하다. 1년의 끝이 12월일 뿐인데, 내 삶도 12월이면 끝나버리는 것만 같다. 그러니 12월은 ‘끝’내기에도 좋지만, 새로운 것을 ‘시작’하기에도 좋은 달이 분명하다. 한 해를 돌아보고 조금은 일찍 새해 다짐을 시작하는 것이다. 그래서 나는 뉴스레터를 시작했다. 2023년이 오기 전, 12월에 0호를 써내려가고 있다.
매년 12월이면 혼자만의 작은 의식을 가진다. 빈 종이를 꺼내 새해에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 열 가지를 작성하는 것이다. 버킷리스트라니 왠지 크고 거창해야할 것 같지만, 웃음이 피식 새어 나올 만큼 사소한 것도 많다. 가령 ‘노란 머리로 탈색하기’, ‘혼자 템퍼시네마 가기’ 등이다. 이외에도 ‘유퀴즈에 출연하기’, ‘내 이름으로 책 내기’ 등 지금 당장 이룰 수 없는 것들도 많다. 일단 내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던 욕구를 생각에만 묵혀두지 않고 글로 쓰는 순간 깨닫게 된다.
"내가 이렇게 하고 싶은 게 많았다니!"
늘 하고 싶은 것 투성이인 내게 사람들은 '대체 어떻게 그리하고 싶은 게 많을 수 있냐'고 묻는다. 사실은 나도 하기 싫은 일이 더 많다. 돈 많은 백수가 모두의 '꿈' 아닐까. 12월에 가지는 작은 의식은 내게 새로운 설렘을 안겨준다. 일에서 한 발 물러나,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묘한 희열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. 당신의 일상에도 환기가 필요하다면, 지금 당장 빈 종이를 꺼내어 하고 싶은 일 열 가지를 써보길 바란다.